하루에도 수백 개의 말과 문장을 소비하지만, 정작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많은 말’이 아니라 ‘제대로 된 말’입니다.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은 삶의 상처를 감싸고,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말의 기술서’이자,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아는 '언어의 지도'입니다. 감정의 언어를 회복하고 싶은 사람, 타인과 더 건강하게 소통하고 싶은 사람, 무엇보다 나 자신과 친밀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아주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목 차
3. 감정을 다루는 언어기술: 어떻게 말해야 진짜 위로가 될까?
말의 온도 다정함의 복원
『다가오는 말들』의 가장 큰 미덕은 다정함입니다. 요즘 시대는 빠르고 직설적인 말이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작가는 그 흐름에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그 말이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였는가?” “내가 선택한 단어는 진짜 내 감정을 담고 있었는가?”
이 책은 말의 온도를 복원하는 작업입니다. 날카로운 말은 날카로운 현실을 더 날카롭게 만듭니다. 하지만 따뜻한 말은 날카로운 현실을 조금은 덜 아프게 만듭니다. 예컨대 “괜찮아”라는 말도, 어떤 톤과 표정, 맥락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위로가 됩니다. 은유 작가는 이 미묘한 차이를 기가 막히게 짚어냅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이렇습니다. “다정함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기 전 ‘생각’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미리 짐작하는 것’이 진짜 다정함이라는 것입니다. 말은 관계의 시작이고, 그래서 우리는 말의 질감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계속해서 강조됩니다.
혼란의 시대, 말이 건네는 구조 신호
팬데믹 이후, 세상은 분절됐습니다. 감정 표현은 무뎌지고,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피드 속에서 점점 더 깊은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은유 작가는 ‘말’을 구조신호로 표현합니다.
누군가가 건넨 짧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를 깊은 구덩이로 밀어 넣을 수도 있죠. 그래서 『다가오는 말들』은 이 시대에 ‘말의 윤리’를 되살리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말은 감정을 이해받고 싶은 몸짓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정의를 넘어, 언어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말로 서로를 파악하고, 말로 연결됩니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해가 남고, 침묵의 공백에는 고통이 쌓입니다.
은유 작가는 말합니다. “언어는 관계를 조율하는 도구이자, 감정의 해석기계다.” 그러니 무례한 세상 속에서 ‘다정한 말’은 저항이고, 감정을 지켜내는 방법이 됩니다.
감정을 다루는 언어기술 : 어떻게 말해야 진짜 위로가 될까?
『다가오는 말들』은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슬픔’, ‘분노’, ‘두려움’과 같은 감정은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언어는 더 정확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감정이 격해질수록, 더 정제된 말이 필요하다”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은 쉬워도, ‘화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낍니다. 감정을 언어로 번역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은유 작가는 이를 ‘감정 언어기술’이라 표현하고, 훈련 가능한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은유 작가는 말합니다. “나는 왜 화가 났는가? 무엇이 불편했는가? 내 감정은 어떤 이름을 갖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반복하다 보면, 감정은 정리되고, 말은 명확해집니다. 상대를 비난하는 언어가 아닌, 나의 감정을 공유하는 언어로 바뀌는 순간, 대화는 비로소 관계가 됩니다.
또한 책에서는 ‘말의 속도’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감정이 격할수록 말의 속도를 줄여야 하며, 한 문장을 하기 전 세 번쯤 삼키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침묵의 시간 동안, 우리는 상대를 배려하게 되고, 나 자신도 보호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 언어기술은 결국 ‘자기 돌봄’으로 이어집니다.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이해받을 수 있고, 나의 마음도 덜 외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 말은 삶을 치유하는 기술이다
『다가오는 말들』은 언어의 미학을 넘어서 언어의 윤리, 언어의 치료적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말을 바꿀 수 있고, 그것은 곧 삶을 바꾸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필요한 건 복잡한 말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진심 어린 말입니다.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힘들었겠구나’ 같은 말들이 관계를 살리고, 나를 치유합니다.
『다가오는 말들』은 그런 언어들을 하나하나 되살리는 작업입니다. 단지 예쁜 문장에 감탄하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지금 내 언어를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내가 어떤 말로 살아갈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입니다.
평소 잘 보이지 않는, 세상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과 언어로 드러냈던 은유 식 글쓰기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며, ‘모든 페이지에 밑줄 긋게 하는 작가’ ‘문장을 훔치고 싶은 작가’로 불릴 만큼의 탁월한 문장력으로 좋은 내용을 좋은 형식에 담아낸 책입니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따뜻한 언어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지금, 당신을 향해 조용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말들』을 읽고 내가 건네는 말들을 한번 더 깊게 생각하고, 진짜 다정함을 담아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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